송광사

‘템플스테이를 한번 해 봐야 겠다.’

 죽녹원에서 나와서 간단하지만 굉장히 맛있는 한식집을 소개 받아 아침 식사를 하고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송광사로 향했다.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 하나로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찰 중 하나이다.  

 몇해 전, 연극에 사용되는 종소리 음원 녹음을 위해 송광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적이 있다. 방장스님의 안내를 받아 종소리가 좋은 위치 여기 저기를 둘러보기도 했었고, 하루 종일 이곳 저곳에 마이크를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종소리 등을 녹음 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언젠가는 일이 아닌 휴식으로 다시 찾아 와야겠다고 마음 먹은 곳이기도 했다. 

 점심 즈음에 송광사에 도착했고, 템플스테이를 시작하기로 한 시간보다 세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정말 좋은 날씨 속에 몇년 전의 기억을 회상하며 사찰의 여기저기를 먼저 둘러 보았다. 

송광사 주변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데, 어딜 가든 그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사실 물소리는 음향적으로는 노이즈에 가깝다.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KBS, MBC 와 같은 공중파만 존재하던 시절, 그날의 마지막 뉴스가 끝나고 애국가가 나오고 나면 모든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데 – 대략 밤 12시에서 새벽 1시쯤 – 그러면 화면에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나오고 ‘치~’ 하는 소리만 나온다. 이것을 화이트 노이즈라고 한다. 아무런 내용이 없는 이 화면과 소리는 전도체 내부에 있는 전자의 자유 운동 때문이라고 하는데, 잡음이라는 멋없는 표현과는 달리 자연에서는 쉽게, 게다가 아름답게 만날 수 있다. 대숲 소리가 이런 화이트 노이즈에 가깝고 파도 소리, 폭포 소리 등도 같은 종류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소리로서 화이트 노이즈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템플스테이 시작 시간 전에 계곡물 소리를 녹음해 보기로 했다.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등산로로 이어지는데 여기 송광사에서 시작해 4시간 정도 가면 선암사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산 입구에 계곡을 건너는 조그만 다리가 있고 거길 건너면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멀리서 부터 큰 물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질수록 이상하게 흥분이 된다. 소리를 만나게 되는 마음이 보고 싶었던 누군가를 만나는 마음과 비슷한 느낌이다. 계곡의 물소리는 나에게 그런 느낌을 준다.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빨리가서 그 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흐르는 물을 마주하고 온몸으로 물소리의 진동을 느끼게 되면 전기가 흐르는 듯, 짜릿한 기분이 든다.

 장비를 설치하고 녹음 버튼을 누른 후 한시간 동안 물소리를 즐겼다. 사실 송광사에 있으면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때 까지 이 물소리를 듣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 들도록 해준다. 날씨에 따라 물의 양도 달라서 물소리도 다르게 들리는 것이 재밌다.

 오후 세시에 숙소 앞에서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일정이 시작 되었다. 입담이 좋은 한 스님께서 절의 이곳 저곳을 돌며 역사와 여러 의미를 설명해주셨다. 아주 상세하게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시는 터에 2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저녁 공양후 잠시 쉬었다가 밤 산책을 나왔다. 그날 밤은 달이 없는 날이었다. 별빛만 보이는 밤 산책 내내 송광사의 화이트 노이즈를 즐겼다. 다시 경험해 보고 싶었던 자연속에 혼자 있는 이 느낌…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공포감은 금방 사라졌다. 약간의 빛과 자연의 소리만 존재했다. 

송광사의 종소리와 계곡물 소리

Rode NTFS-1 Ambisonic Microphone.
Sonodore RCM-402 Quad Surround Setup
Schoeps CMC6 Stereo pair
Merging Hapi AD/DA Converter.
32 bit / 192kHz recording quality.

Leave a comment

close-alt close collapse comment ellipsis expand gallery heart lock menu next pinned previous reply search share star